이번 서울시 보궐 선거를 성인으로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딸애와 우리

내외까지 모두3명이 투표를 했다. 결과는 이미 결정 난대로 나경원의 패배.

나는 그냥 1표를 행사한 평범한 중산층 중년 아줌마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번 패배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솔직히 안철수교수가 한나라당은 정서가 아닌 것 같다고 해서가 아니라 이번

선거는 전임 시장의 실정에 따른 보궐인데 또 한나라당 출신 시장을 뽑을 시민이

있을까? 하지만 내가 그 때문에 박원순이란 사람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소중한 한 표를 정치 심판을 위한 반대를 위한 반대로 사용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정말 제발 그냥 평범한 시민들이 좀 잘 살게 해줄 시장을 원했다. 여당 야당 구분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솔직히 여당이 야당 되는 것도 한 순간이고 오늘의 야당이 내일은

여당이 되는 것이 정치판이다. 그보다는 나라는 거듭 선진국 대열에 올랐고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해도 국민 개개인의 삶이 힘든 나라가 과연 선진국일까?

하는 분노가 내 마음에 있었다. 정책은 두 사람 모두 좋고 또 옳았다.

 

자기들이 뱉은 말 그대로만 2년동안 이뤄지면 얼마나 좋으리. 사실 나는 그 모두가 다

이뤄질 것을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반만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시장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속아온 정치인과 다른 사람 말이다.

 

 

평소 나는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온 다른 나라를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여성이 수장이 되어도 될 정도로 성숙한 정치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니

여성 유권자 중 하나이다. 그래서 같은 여성인 국회위원들의 의정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이번 후보 나경원의 정치활동이나 행보도 눈 여겨 보고 있었다.

그래서 두 남 녀 시장 후보의 정책 토론도 계속 경청했다.

 

그런데 나경원 후보는 이번에 나의 표를 얻지 못했다. 왜 같은 여성인 내 신임을 못

얻었을까? 그것은 정책과는 별 개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 선거 초반 한나라당에서 너무하다 싶게

물고늘어진 박원순 시장의 학력 시비를 보면서 나는 검증이라고 변명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 동안의 인사 청문회에서는 그보다 더한 티끌을 지닌 장관

후보자들에게 그렇게 안 했는지 이렇게 철저하게 검증하려는 의지가 많았던가

싶었다. 그렇게 학력을 속인다고 계속 따졌고 거기에 상응하는 답변을 내 놓았으면

다음에는 정책을 가지고 홍보해야 했고 토론으로 넘어가야 했다.

 

그런데 계속 그 문제에 집착해서 답보하는 선거전략을 보면서 나는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서울대 법대 졸업에 대학원 수료의 나경원은 거기에 상응하지 않는 박원순의

학력이 못마땅한가 보다. 학력으로는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선전하는 또 하나의 치사한

선거 방법인가? 학맥, 인맥, 재력, 지역 색이 너무나 뚜렷한 그들만의 리그 정치판이

또 하나 보였다. 나는 생각했다. 시민운동가가 왜 뻔한 정치판에 끼여서 생고생일까?

하고 말이다. 왜 나왔지? 이런 고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장이 되려는 이유는?

거기에 해답이 있을 것 같았다. 이 사람도 나처럼 정치에 분한 게 많을 거라고 말이다.

 

 

두 번째 내가 나경원에 실망한 이유는 박원순 시장이 나도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하버드 철학과 교수 마이클 센델을 만나 대담했을 때에

나경원은 미국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을 만났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였다.

왜 하필 그 여자 일까? 스스로 하키 맘이란 신조어를 내세우며 일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임을 강조하다가 결국 선거에서 패배한 보수 정치인이 바로 페일린인데.

 

 

나도 일하는 엄마이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엄마의 마음으로 시정을 펼치겠다고

나선 나경원이나 페일린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왜일까?

페일린은 선거 기간 내에 과다한 고가 의상 구입과 그것을 선거 비로 충당했다는 점에서

구설에 올랐다. 나경원도 그렇다. 박원수 후보 측의 맞받아친 네거티브 일수도 있지만

1억원 피부과 진료, 억대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런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여자들이

느끼는 정서적 괴리는 그런 것에 있다. 나보다 더 누리는 여자인데 보통 엄마처럼

군다는 점, 그런 이유로 친화력을 보이려 한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냥 차라리 전문적이고 해박한 정치 투사로서의 모습만을 보이지 그랬나?

결국 나경원도 페일린처럼 되었다.

 

거기에 비하면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고, 상위 1%가 50%가 넘는 부를 거머쥐고 나머지는

금융권이 독식하는 비합리적인 소득 분배에 분개하는 소시민으로서 박원순과

마이클 센델이 정의와 공정성에 대해 논했다는 소식은 두 사람을 더욱 더 비교하게

만들었다. 그냥 일개 정치인에게 조언을 구한 나경원보다 사회적 기본 방향을 걱정한

철학자에게 달려간 박원순에게 다시 한 포인트 올려준 순간 이였다.

 

 

세 번째 내가 나경원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는 토론 태도에 있었다. 동문서답하는

박원순, 말 느리게 하는 박원순, 몽상가 박원순보다 더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남의 말은 듣지 않고 말 자르는 나경원, 질문 전에 자기 자랑부터 실컷 하는 나경원,

답변도 제대로 듣지 않는 성급한 나경원 이였다. 불리한 질문에는 역시나 회피.

이번 선거는
선거라고 우기기. 누구는 역시 강단 있는 토론의 여왕이라고 하더라.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시민의 마음을 헤아려 시민에게 귀를 열고 시정을 펼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역시나 제 고집대로 제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일할 것 같았다. 토론의

기본은 남의 말 듣기이다. 제 말만 하려면 연설을 하지 토론에 나올 필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토론을 보면서 나경원 후보가 믿음이 더 안 갔다.

 

내가 지지한 한 표는 결국 박원순에게 돌아갔고 그 사람은 시장이 되었다. 모두 나와 같은

이유로 박원순이란 시장을 만든 것은 아닐것이다.

나는 이번 선거전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경원 후보에게도 투표한 것을 박원수 후보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자들이 지지를 보낼 정도로 정말 다른 정치를

보여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자기가 공약한 대로 정치판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민심을 위해서 일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것이 박원순이란 사람을 시장으로 뽑은

53.4%의 진정한 시민 승리가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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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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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세상을 사랑하자 2011/10/27 21:4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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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nteriorzip.com BlogIcon 경희샘 2011/10/28 0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놀라는 중이다. 역시나 선거는 치루고 나서도 화제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