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꾸며주기도 한다. 자재를 대는 협찬도 있지만 인테리어 소품은 고가의 경우에
대부분 빌려서 촬영만 한다. 몇개만 잘 빌리면 왠만한 월세세 보증금 정도 되니까..
요즘은 집을 고치는 일이 그런일 보다 더 많아서 자주는 아니지만 그게 나의 직업이기도 하니까 .
차를 끌고 빌리러 다니기도 하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당연히 물론 촬영후 상처없이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상품 가치를 떨어뜨리면 달랑 원고료
얼마 못받는 내가 구입해야 한다.
연예인은 이런 일에 쉽게 납득을 하는 편이다. 그들의 모든 생활이 그런 편이니까.
빌리기도 하고 얻기도 한다는것을 말이다.

그런데 참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보다.
언젠가 내가 함께 일했던 어떤 연예인은 붙임성도 좋게 나에게 언니 언니 하면서
자기 사정을 묻지도 않았는데 이것 저것 말하면서 협찬을 얻어주길 바랬다. 소녀가장처럼
혼자 벌어 집을 거둬온 그 사람의 속사정을 알고 나서는 내가 협찬을 위해 발벗고 나서 준것은
말할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짠순이고 알뜰할것만 같았던, 돈없다고 벌벌 떠는 그 탤런트의
집에서 내가 알기로도 몇백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핸드백 여러개와 돈 몇천만원이 우습다는
명품 손목시계를 보게 되었다. 내가 테이블에 놓인 그 시계를 유심히 보고 있으니까
민망해서 핑계를 댔던지 아니면 정말 그랬는지 모르지만 시계를 들어보이며 웃더라 그리고
"어머! 언니 이거 가짜예요." 라고 하는 것이였다. 나야 명품에 그 닥 관심이 없는 편이라서
봐도 이름이나 구별해 내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 탤런트 조금 오버했던것 같다.
그런데 일반인은 이렇게 빌려서 잘 꾸며주고서 촬영후 다시 걷어 가면 아까워서
어쩔 줄 모른다. 다 주는 줄 알았다고 좋아라 했다가 실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작은것 몇개는 자기가 사서 내가 해준대로 코디네이션 하겠다고도 하고
내 인테리어 고객인 경우에는 내가 일부 선물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대부분 일반인은 잡지나 방송 촬영에 대한 이해가 약간 부족한것 같다.
가끔 인테리어 맡아서 하다보면 집이 참 이뻐서 잡지에 실리게 하고 싶기도 하지만
잡지사에서 수납에 신경쓴 집 또는 신혼집 또는 서재를 위주로 꾸민집 이렇게
아이템 별로 개조공사를 한집을 요구하기도 한다.
다행히 적당한 집이 보이면 내가 꾸민집이니까 인테리어 화보촬영을
부탁하는데 워낙 연예인 협찬을 들어서 알고 있는지라 그런지 대뜸 뭘 해주냐고
묻는 일반인들도 많다.스타일리스트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정말
해줄것이 별로 없을 때는 참 난감한 질문이다.
에이~~~ 아니꼬우면 유명해 지라니깐???ㅎㅎ
이번 이야기는 협찬을 받은 일반인의 이야기이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이다.
나는 그때 아주 많은 매체랑 일을 하던 때였다. 지금 보다 훨씬 젊고 기력이 남아돌던 30대 중반
때이다. 잡지 촬영을 위해 아이방을 꾸미기를 위해서 집을 구하고 있었다가 인테리어를
의뢰한 고객과 촬영을 하면 어떠냐고 의기투합해서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
덕분에 딱 필요한 집을 적시에 구하게된 나는 신나게 일을 했는데
뜻밖에 아이들 방을 잡지에 소개되는데 이쁘게 나가려면 새로 커텐에 침구까지
세트 맞추는것이 좋겠다라는 나의 말에 커텐과 이불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독자가
예산 문제로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침구랑 커텐이랑 세트로 해야만
겨우 그림일 살것 만 같은데... 이런 걸 요구해야 하는 나도 미안하기는 매한가지.
생각다 못해 그 집에 인테리어 하면서 들어갈 새 가구 중에 맞춤을 몇개 빼고 리폼을 넣기로 했다.
다행히 모두 새 가구를 사기에는 집의 가구가 상태가 참 좋았다. 이렇게 리폼이 맞춤 보다는
예산이 적게 들테니 리폼을 하고 내가 협찬처를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또 침구도 진행 기자의 단골 원단가게에서 원단을 협찬 받아 바느질 비용만
들여서 해결하기로 해주었다. 오히려 이런식으로 함으로 해서 맞춤 가구로 할 원래 예산에서 대충
커텐에 침구의 바느질 비용과 리폼 비용등을 맞춰도 더 저렴해졌으니 독자에게 크게 부담도 없이
모든 일은 별 무리 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듯 했다. 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지고...

나는 여기 저기 알아보다가 헌가구를 리폼할 업체를 찾아주었는데 몇달 전에도 한번 리폼협찬을 했던
그 회사 사장님이 이번에는 물량이 많으니 일부 비용을 받겠다고 한다. 속내를 헤아려 보니
내가 진행하는 잡지랑만 촬영 협찬하는 것이 아니라서 이 회사는 그 달 들어온 일들마다
거의 거저 해주어야 하는 상황만 같았다. 이럴 때 스타일리스트는 적당히 조율을 해주어야 한다.
그림을 위해서는 여기 저기 구걸하다시피 협찬도 불사하며 뛰어다녀야 하지만
하루 이틀만 일하는것도 아니고 서로 편의를 봐줘야지 너무 무리하게 요구하면
나중에 정말로 필요한 때에 도움을 얻질 못한다.
게다가 리폼업체에서 원하는것은 왕복 용달비와 페인트 재료비 수준.
나는 협찬을 하기에는 물량이 많으니 일부 리폼비용을 받고 싶다는 업체의 말을 독자에게 전했다.
하지만 촬영하기로 한 독자는 오히려 나보다 욕심이 더 앞섰다. 나를 건너뛰고 그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내가 정말 비용을 내야 하느냐?"고 물어보았나 보다. 잡지 촬영을
하게되면 광고가 되고...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말이다. 그 랬더니 그 사장님이 미안했던지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냐고 ..."하면서 얼버무리면서 협찬하기로 한것이 맞다고 했단다.

그냥 덮었으면 나도 모를 일이지만 그 사람은 의기양양해 하면서 나에게 전화를
바로 했다. " 그 사장님이 그냥 리폼해주기로 했다는데요. "하면서 말이다.
"네? 아니 저한테는 용달비용등 들어가는 돈이 많으니 일부는 달라고 하던데요?"
독자왈" 어머? 제가 확인했는데요. 그럼 전 누구 말을 믿어요? 이쪽 저쪽 말이 틀리니..."
세상에!!!! 나는 그런 사기꾼은 아닌데 내가 없는 비용을 불려서 받으려고 했겠는가?
내가 하는일은 중간에서 적당한 업체를 잡지사에 소개도 하고 독자에게 연결해서
인테리어 꼭지를 살리는 작업을 하는것이다. 그 덕분에 내가 얻는것이 무얼까?
책에 소개되는 내이름 석자와 이쁘게 꾸며진 사진이 실린 잡지책 한권!
내가 진행한 기사의 페이지 수자대로 받는 원고료가 전부다.
하지만 그뿐인가? 잡지에 실린 사진은 나의 영원한 포토폴리오로 남는다.
잘꾸민 사진은 여기 저기 새로운 일감을 불러오는 영업 방법이 되기도 하는 프리랜서니까
어느 잡지, 어떤 꼭지든, 이쁜 그림은 내가 꼭 이뤄내야 할 기회다.
그래서 모자란 부분은 협찬을 받아서라도 그림을 완성하고 싶은것이 모든 스타일리스트의 욕심이다.
중간에서 이런 식으로 돈을 가로챌 만큼 더티한 스타일리스트가 있다는 소릴 들어보지도 못했다.
어의가 없어진 내가 "그런데요.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촬영 담당자는 저란 말입니다.
지금 누굴 믿냐니요? 제가 이것 저것 협찬처 구해서 촬영 진행 중인것 모르셨어요?
그럼 그 업체랑 알아서 일을 진행하세요. 이 꼭지는 제것이거든요. 저를 믿지 못하신다는데
지금 잡지사에 전화해서 촬영은 없던일로 하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안봤는데 너무 서운하네요.
누굴 믿냐니요? 그 리폼회사 사장님이 어떤말을 했는지 모르지만......흠(숨 고르는 소리)
어떤분인지 겪어 보셨어요. 왜 그렇게 말했는지 제가 지금 바로 전화 끊고 따져봐야겠네요.
저랑 이번 인테리어 공사로 열흘 넘게 만나면서 사람을 잘 못보신것 같네요. 저 그런 사람
아니고요. 저를 믿든 그 사장님 말을 믿든 상관없으니까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겠어요!"

그리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음에 리폼회사에 전화를 해서 제대로 말씀을 잘 해야하지
않냐고 따져 물었더니 잡지사 기자인줄 알았단다. 그 사람이 독자란 말도 않고 기자 흉내를
냈는지는 지금도 미스테리지만 내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 모양새 우스워진 후니까.
그 밤 세번이나 더 독자에게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고 정말 말처럼 그만두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밤새 끙끙 거리면서 고민했지만 괘씸해서 더이상 그사람을 위해서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기자에게 촬영을 못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핑계는 그 집에 같이 사는 멀쩡한
시어머니가 편찮으셔서 크게 인테리어 벌이게 할수 없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 대로 말하기에는 너무 자존심도 상하고 나도 더러운 성질 머리를 갖고 있다는 소릴 듣는것도 싫었나 보다. 그보다도 그 소릴 듣고도 그냥 진행하자고 할까봐 솔직히 너무 싫었다.
그 전화를 끊고 나니 그 독자의 찹잡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나도 모두 포기하니
일단 맘이 가라앉은 다음이였다.
잡지사에 없었던 일로 했으니 나머지 침대커버랑 커텐 그리고 가구등은 어떻게 하겠느냐 묻고는
손 떼어야겠으니 소개된 업체랑은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알아서 하시라고...
나의 당당하고 자기 맘대로의 처리방법에 놀란 그 독자는 속이 상했던지 미안하다면서 울었다.
아마도 자기가 욕심이 과했나 보다고 김경희씨가 못믿겠다는 자기 말에 더 속이 상해 그런것
같다고 하면서 여러 사람하고 약속한것이 있으니 그냥 원래대로 일을 진행하는것은 어떠냐고 했다.
그 사람 말이 어쩌면 현명한 방법이였는지도 모른다.
이미 엎어진 물. 내 마음이 떠나니 촬영을 이용해서 협찬을 얻어주는 일 자체가
너무 싫었다. 거짓말로 한것도 아니고. 엄포를 주자고 촬영취소를 한것도 아닌데 말을 한번 뱉었으니
이제 두번이나 번복하는것도 싫었고, 한동안 험한 말을 주고 받고 나니 일 때문에 다시
만나는 것도 낯뜨거워 싫었다. 무언가 해 주고 싶도록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이런식으로 맘을
상하게한 그 사람이 미웠다.
유치하게도 알량한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나는 겨우 그런 방법으로 나를 다시 회복시키고
그 사람을 벌주는일에만 골몰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전화상으로는 서로 미안하다는 말로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한것 같다.
지금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지금이라면 좋은게 좋은거라고 그렇게 무대보로
막무가내 촬영을 펑크내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넘어갈 만큼 여유있게
내공도 쌓이고, 쌈닭처럼 부르르 볏을 세우며 덤빌 만큼 얇고 가볍지도 않은 것 같다.
누구의 잘 잘못을 떠나 남의 마음에도 아픈 못을 박은 그 후 나는 내 자존심을 제대로 지킨듯이
당당하게 일을 했지만 한동안 그 꼭지를 펑크낸 그 잡지사에서 몇달 동안이나 일을 못받는 벌을
받게되었다. 그 작은 2페이지 정도 분량의 기사가 없어지는 바람에 다른 기사를 메우느라
담당기자가 힘이 들었던지, 촬영 한다고 했다가 촬영을 일주일 앞두고 못한다고 뻗은 내가
능력부족으로 보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지금 쯤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나는 그 당시처럼 화가 나기 보다는 이제는 일을 그렇게밖에 해결하지 못한 내 미숙함에
미안한 마음 뿐인데...혈기가 왕성해 생긴 젊은 날의 실수담처럼 고백해 본다.
협찬 해주는 것은 스타일리스트이 능력이기도, 그 연예인의 인기이기도, 잡지사나 방송국의
파워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것은 역시나 인간관계인것 같다.
가끔 잡지사 스타일리스트나 방송작가가 무슨 뚜쟁인 줄 아는 일반인이나 연예인들을 만나면
직업에 회의도 느껴지는데 그래도 다 꾸며진 집을 보고 있으면 그런 서운함이나
직업적 고뇌가 없어지니 나는 이런 일이 천직인가 보다.
http://www.cyworld.com/interiorzip
거듭 말씀드리지만 본글과 사진과는 연관이 없다. 그냥 긴 글을 읽는 데 지칠까봐
간지처럼 사진을 넣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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